'띠는 양력 1월 1일이 기준인가요? 아니면 음력 1월 1일이 기준인가요?’
2011년 새해가 되면서 임신,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띠 구분법을 두고 부모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띠를 나누는 구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을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기까지 사용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들여다보면 부모들은 양력 1월 1일이 기준인지, 음력 1월 1일이 기준인지, 혹은 절기에 따른 입춘이 기준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추측성 글들만 난무할 뿐이다.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띠를 따지기에 앞서 우선 2011년 1월 13일 현재가 신묘년인지부터 알아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2011년 1월 13일은 신묘년이 아닌 경인년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1월 13일은 음력 2010년 12월 10일로 경인(庚寅)년 기축(己丑)월 경신(庚申)일이다. 언론에서 양력 1월 1일에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잘못된 표현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띠는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문화이기 때문에 음력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김일권 교수에 따르면 음력도 틀렸다. 결론을 미리 얘기하면 입춘(立春)이 기준이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이다. 보통 양력 2월 4일경에 해당한다.
한국학대학원 김일권 교수 "띠는 입춘이 기준"
왜 입춘이 띠 구분의 기준이 되는 것인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김일권 교수에게 구체적으로 물었다. 김 교수는 "띠는 바로 태양의 위치를 따라 매기는 시간 요소여서, 24절기 중 1년의 시작 절기인 입춘을 기준으로 바뀐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김일권 교수는 "띠는 단순한 민속전통 정도가 아닌 정밀한 천체과학에 기반한 역사시간학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일권 교수
Q. 띠는 정확히 언제를 기준으로 하는가?
A. 우리가 태어나면서 가지는 띠를 대부분 사람들은 음력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전통달력은 음력이라기보다는 정확히는 태음태양력이다. 이 말은 달의 변화도 반영하고, 태양의 변화도 동시에 반영하였다는 뜻이다. 달의 위치는 음력 날짜로 표시하기로 했고, 태양의 위치는 24절기로 표현하기로 했다.
이런 관계로 해서, 1년이 시작되는 설날도 달의 위치에 따른 설날(구정)이 있고, 태양의 위치에 따른 설날(입춘)이 따로 있게 된다. 두 가지나 있어서 매년 혼란스러운 것인데, 이는 해와 달의 두 천체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동양천문학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때 띠는 바로 태양의 위치를 따라 매기는 시간 요소여서, 24절기 중 1년의 시작 절기인 입춘을 기준으로 바뀐다. 띠 입장에서 보자면 입춘이 띠의 설날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띠는 음력이 아니라 태양력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음력 설날이 되면서 해는 바뀌어 새해가 되지만 아직 띠는 태양의 변화를 따르는 입춘이 돼야 바뀌게 된다. 24절기와 음력 월이 엇바뀌어 움직이기도 하는 까닭에 설날 지난 뒤에 입춘이 들어오는 해는 새해가 되어도 띠는 아직 바뀌지 않게 되고 반대로 설날이 되기 전 입춘이 들어오는 해는 새해가 되기 전에 이미 띠는 바뀌어 있게 된다.
정리하면, 띠는 태양력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어서 현행 양력으로 매년 2월 3일, 4일 경에 드는 입춘을 기점으로 바뀌게 된다.
Q. 24절기 중 굳이 입춘으로 하는 기준은?
A. 띠가 왜 하필이면 입춘을 기준으로 하는가 했을 때, 음력 정월에 드는 첫 절기가 입춘인 것에서 비롯한다. 1년 춘하추동 사계절 중 첫 계절은 봄이다. 음력 열두 달 중 봄은 정월, 2월, 3월에 해당한다. 1년 24절기 중 봄에 해당하는 절기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등이고, 정월달에 드는 절기는 입춘과 우수이다.
이를 정리하면 1년은 봄에서 시작하고, 봄은 정월에서 시작하고, 24절기는 정월의 입춘 절기에서 시작한다. 이러므로 입춘은 1년 태양의 변화 중에 가장 먼저 드는 절기가 되며 띠는 바로 이 날을 기준으로 변하는 것으로 상정했던 것이다. 이날 단순히 입춘대길, 건양다경 등과 같은 길상어를 대문에 내다붙이는 것이 아니라 태양력의 설날이자 띠의 날인 입춘을 기리던 시간 관습의 유산인 것이다.
Q. 띠는 민속 전통인가? 과학인가?
A. 띠는 정확한 태양의 위치 계산을 필요로 한다. 띠의 날인 입춘 하루 중에서도 입춘 절기의 입기 시각이라는 것을 계산해야 한다. 현대천문학으로 태양이 황경 315도 되는 지점일 때를 갖고 입춘의 입기시각을 결정한다. 입춘일 입기시각이 만약 오후 2시 10분이라면 이 시각 이전에 태어난 아기는 이전해의 띠를 가지고, 이후 태어난 아기라야 새로운 해의 띠를 부여받는다. 이렇게 띠가 단순히 민속전통 정도가 아니라 정밀한 천체과학에 기반해 나온 역사시간학의 전통임을 잘 보여준다.
Q. 경인년, 신묘년 등 해의 이름이나 일반적인 나이와 띠는 별개인가?
A. 올해는 2011년 신묘년 토끼띠의 해이다. 이 말이 보통은 맞는 말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동서양의 세 가지 시간 기원이 모두 복합된 매우 어려운 말이어서 구분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11년은 서양의 태양력에 기반해 매기는 연도법이어서 양력 1월 1일을 기준으로 시작한다. 둘째, 신묘년은 동양의 전통적 음력에 기반해 60간지로 매기는 연도법을 따르므로 음력 1월 1일 설날(구정, 2011년 2월 3일)을 기준으로 시작한다. 셋째, 토끼띠는 동양의 달력체계인 태음태양력 중 24절기 태양력을 따르므로, 입춘일이 되는 2011년 2월 4일(금)부터 시작한다.
나이는 언제 먹느냐 할 때 이 세 가지 시간기준 중 어느 것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선택할 문제이다. 어느 것이 더 올바른 나이이냐 할 때도 역시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음력을 존중하면 설날 구정을 기점으로 먹으면 되고, 현행 양력을 중시한다면 신정 새해 첫날을 기점으로 먹으면 된다. 띠가 되풀이하는 시점을 따라 나이를 매기려면, 입춘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이 문제에다 자신의 생일을 양력으로 하느냐 음력으로 하느냐 혹은 만나이로 하느냐 그냥 나이로 하느냐에 따라 다시 또 나이 먹기가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Q. 띠의 중요성은?
A. 띠가 단순히 음력이 아니라 전통 태양력에 따른 문화유산임을 다시 인식한다면, 우리의 전통 달력이 상당히 근사하고 자연에 더 가까워지려 했던 노력의 결과임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기저에 깔려있는 전통문화의 유산을 더욱 주목하고 깊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Q. 띠의 유래는?
A. 띠의 유래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부터 2000년전 무렵에는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60간지법이 이미 그 이전에도 개발됐지만, 이를 매년의 연도 이름으로 쓰기로 한 것이 그 정도 됐다는 말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라고 부르는 12지지를 동물 모습으로 변환시킨 것은 기원후 1세기경 후한시대 사상가 왕충(王充, 27-약99년)의 '논형(論衡)’이란 책에서 처음 채록됐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등으로 바꿔 부른 것에는 어떤 천문학적 의미나 역사적 의미는 담겨있지 않다. 누군가 12지지를 알아듣기 쉬운 동물 모습으로 부르던 상상력의 소산이 사회적으로 채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연이 필연으로 전환된 경우이다.
베이비뉴스 강석우 기자 (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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